CJ프레시웨이는 8월 초 예고한 대로 9월 29일 자사몰 프레시엔의 문을 닫고, 식봄(외식업 사장님들이 여러 공급사의 식자재를 한곳에서 주문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모았습니다. 8월 초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통합배송 상품을 2배 이상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발표 기준으로 식봄의 누적 거래액은 올해 6월 말 1,51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5.8% 늘었습니다. 식당에 식자재를 대던 대형 유통사가 자체 몰 대신 여러 공급사가 모인 식자재 플랫폼에 힘을 싣기로 한 것입니다.
거래처 납품을 해 온 브랜드도 같은 질문 앞에 섭니다. 영업이 관리하던 거래처 납품을 플랫폼 주문으로 넓히면, 물류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B2B 물류는 큰 상자로 보내고, 상자 수로 받았다고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람 사이에서 풀어 왔습니다. 플랫폼에 올라가면 이 세 가지가 차례로 바뀝니다.
거래처 주문 하나가 상자 여러 개로 나갑니다. 한 식당에는 육류 위주로, 다른 식당에는 육류와 채소를 섞어 담습니다. 상자 크기가 같아도 안에 든 조합이 거래처마다 다릅니다. 보내는 간격도 정해져 있어, 일주일 쓸 양을 한 번에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삼겹살 1kg 팩 열 개가 든 10kg 박스가 일주일에 한 번 들어가는 식입니다.
식품이라면 한 거래처 주문도 온도에 따라 다시 나뉩니다. 상온·냉장·냉동 상품을 서로 다른 라인에서 따로 담아서 다른 상자로 내보냅니다. 열두 상자 가운데 삼겹살이 든 상자는 냉장 상자 몇 개뿐일 수 있습니다. 거래처가 많아질수록 이 조합은 거래처 수만큼 늘어나고, 작업자는 매번 다른 조합을 맞춰 담습니다.
받는 쪽도 사업자라 상자 수를 셉니다. 열두 상자가 오면 열두 상자에 사인합니다. 상자 단위로 받는 납품에서 이 사인은 상자 수를 확인할 뿐, 안에 든 팩까지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거래명세서가 들어가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명세서는 담기로 한 목록이지, 실제로 담긴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쪽이 같은 종이만 들고 있습니다.
받는 시간도 한몫합니다. 납품이 식당 문을 열기 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 주방이 가장 바쁩니다. 상자를 하나씩 열어 팩을 세기보다 수만 맞춰 보고 냉장고에 넣어 두기 쉽습니다. 꺼내 쓸 때에야 팩을 셉니다.
그래서 문제는 늦게 드러납니다. 한 식품 납품 현장에서는 "한 팩이 비었다"는 연락이 배송 기사를 거쳐 들어옵니다. 평소라면 당일이나 다음 날 확인하던 일이, 물량이 몰리는 명절엔 닷새쯤 지나서야 확인되기도 합니다. 그 사이 상자가 뜯기고, 팩이 냉장고에 들어갑니다. 다음 달에도 거래할 곳입니다. 따지기보다 물어 주는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거래처 납품의 작은 문제가 대개 이렇게 관계 안에서 풀려 왔습니다.
플랫폼에서 식당이 필요한 만큼만 삽니다. 식봄 싱싱배송은 16시 이전 주문에 다음 날 도착을 안내합니다. 다음 날 받을 수 있다면 일주일치를 한 번에 쌓아 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10kg을 일주일에 썼다면 하루 약 1.4kg이고, 이틀마다 주문하면 3kg 안팎입니다. 10kg 박스 대신 1kg 세 팩 묶음이 팔릴 자리가 생깁니다.
같은 양을 팔아도 출고 횟수가 달라집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던 10kg 박스 하나가 쪼개지면, 이틀마다 나가는 세 팩 묶음 서너 건이 됩니다. 건수가 늘면 담는 작업도, 상자와 보냉재도, 송장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플랫폼 판매 가격을 잡을 때 거래처 납품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이 차이가 빠지기 쉽습니다.

그 세 팩을 누가 꺼내 담느냐가 다음 문제입니다. 거래처 납품에 없던 작업이 하나 생깁니다. 10kg 박스를 열어 작은 상자에 다시 담는 일입니다. 브랜드 작업대에서 할지, 플랫폼 센터에 맡길 수 있는지에 따라 사람과 포장재, 비용이 달라집니다. 박스를 뜯으면 바깥에 붙어 있던 품목·중량 표시도 함께 떨어져 나갑니다. 낱팩에 표시가 따로 있는지, 냉장 상품이라면 작은 상자로도 온도를 지킬 수 있는지까지 따져 본 뒤 묶음 판매를 정합니다.

플랫폼 주문에서 상자 수를 세고 사인할 사람이 없습니다. 식당이 주문할 때 본 상품 설명과 받은 물건을 견줘 봅니다. "삼겹살 1kg 세 팩"이라고 적었다면 세 팩이 와야 합니다. "삼겹살 3kg"이라고만 적었다면 한 덩어리를 기대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거래처 납품에서 상자 수가 기준이었다면, 여기서 기준은 상품 설명의 한 줄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담당자가 쓴 설명과 물류가 담는 기준이 같은 말이어야 합니다.
다음 주문이 정해지는 방식도 다릅니다. 거래처는 한 번 어긋나도 영업과 통화하며 다음 납품을 이어 갑니다. 플랫폼에서 식당이 같은 품목을 파는 다른 판매자를 바로 옆에서 봅니다. 설명과 다른 물건을 한 번 받으면, 다음 주문이 옆 판매자에게 갈 수 있습니다.
플랫폼 주문에서 한 팩이 비었다는 연락이 오면, 먼저 받는 쪽이 영업 담당자가 아닌 플랫폼입니다. 브랜드가 주문마다 직접 내보내는지, 플랫폼 센터에 입고해 다른 판매자 상품과 함께 나가는지에 따라 연락이 넘어오는 길도 달라집니다. 다음 거래를 생각해 한 팩 더 보내 주는 식으로 풀 자리가 좁아집니다.
영업이 거래처에 전화해 어느 상자였는지 되물을 수도 없습니다. 브랜드 손에 남는 것도 플랫폼이 넘겨 준 정보뿐입니다. 주문번호와 품목, 모자란 개수, 받은 날이 함께 와야 그날 담은 묶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은 배송 안내만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입점 상담에서 박스째 입고가 되는지, 다시 담는 작업을 누가 맡고 비용은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식당의 연락을 누가 먼저 받고, 브랜드에 어떤 주문 정보와 함께 넘겨 주는지도 답을 받아 둡니다.
플랫폼에 올려도 거래처 납품이 계속 나갑니다. 같은 작업대에서 거래처용 열 팩 박스와 플랫폼용 세 팩 묶음이 함께 포장되는 날이 옵니다.
이때 확인하는 자리를 한 곳에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상온·냉장·냉동 상품이 서로 다른 작업대를 지나는 현장이 많습니다. 확인 자리를 한 곳에만 두면 냉장 상품이 그 자리를 비켜 가기도 합니다. 식품 현장에서 연락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바로 냉장입니다. 어느 라인에서 연락이 많이 나오는지 먼저 보고, 확인 자리도 그 순서로 둡니다.
두 출고가 섞이면 표시도 헷갈립니다. 거래처 박스에 붙던 "삼겹살 한 상자"라는 말이 플랫폼 묶음에도 그대로 쓰이면, 담는 사람이 열 팩 박스를 떠올립니다. 거래처 박스든 플랫폼 묶음이든 품목, 한 팩 무게, 개수를 같은 순서로 적어 두면 두 주문을 섞지 않고 담을 수 있습니다.
확인하는 때도 정해 둬야 합니다. 식품에 쓰는 스티로폼 박스와 보냉백은 겉에서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뚜껑을 덮고 테이프를 두르면 무엇이 들었는지 다시 볼 방법이 없습니다. 거래처 박스든 플랫폼 묶음이든, 뚜껑을 닫기 직전이 품목이 다 들어갔는지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플랫폼 센터에서 여러 판매자 상품과 함께 묶여 나가는 구조라면 하나 더 챙깁니다. 그 구조에서는 브랜드가 붙인 바깥 상자가 아니라 세 팩 묶음만 다른 상품들 사이에 섞여 나갈 수 있습니다. 묶음 자체에 품목과 한 팩 무게, 개수가 붙어 있어야 센터에서도 식당에서도 무엇이 몇 개인지 읽힙니다.

플랫폼에 올릴 품목 하나를 골라, 지금 거래처로 나가는 방식과 나란히 놓아 보세요. 영업은 거래처가 일주일에 얼마를 쓰고 며칠마다 주문할지 묻습니다. 상품 담당자는 낱팩으로 나눠 팔 수 있는지, 온라인 담당자는 상품 설명에 무엇을 몇 개로 적을지 정합니다. 물류는 그 묶음을 누가 어디서 담고, 어느 자리에서 확인할지 맞춥니다.
세 가지 변화 가운데 어디서 막히는지가 이 한 품목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박스를 나눌 사람이 없다면 출고 단위에서, 설명과 담는 말이 다르다면 확인 기준에서, 연락을 받을 길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문제 처리에서 멈춥니다. 막힌 자리부터 풀고 품목을 늘려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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