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쇼핑몰에 접속하면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사야 할 물건이 있었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며 상품을 찾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냥 둘러보다가 괜찮아서 샀어요."
요즘 소비자들의 구매는 이렇게 설명됩니다. 이커머스는 더 이상 ‘상품을 찾는 공간’이 아닙니다. 콘텐츠를 보고,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구경하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은 ‘목적형 소비’에서 ‘체류형 소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검색보다 둘러보기가 많아지고, 상품보다 콘텐츠가 더 많이 클릭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 앱, 라이프스타일 앱, 쇼핑 앱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관찰됩니다. 올리브영, 오늘의집,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등 구경하다가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유통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감지됩니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주요 유통 3사는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외식, 문화, 체험이 결합된 복합몰로 진화하며 소비자의 ‘머무름’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즉, 이커머스는 지금 머무는 쇼핑으로의 전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색과 결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구조에서, 이제는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느냐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사용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가 정체기를 돌파하기 위해 꺼내든 전략이기도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이제 상품을 찾는 공간을 넘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재설계되고 있습니다. 쇼핑이 검색에서 체류로 이동하면서, 플랫폼은 소비자의 머무름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전략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무엇을 살지 몰라도, 보고 싶게 만드는 공간”을 설계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플랫폼을 살펴보겠습니다.
🏠 오늘의집 – 콘텐츠에 머무르면 따라오는 제품
오늘의집은 단순히 가구를 사는 쇼핑몰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방 꾸민 이야기를 읽다가, 그 안에 놓인 협탁과 조명을 클릭하고, 자연스럽게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즉, 검색이 아닌 탐색 중심의 쇼핑 경험을 제공합니다.
오늘의집 메인 홈 화면에서는 상품보다 일반 유저들이 작성한 집꾸미기 콘텐츠가 상단에 보여지고 있고, 그 아래에는 ‘지금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글’ 모음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집꾸미기 콘텐츠에는 상품 태깅이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어 콘텐츠 소비와 구매 전환이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쇼핑몰보다 커뮤니티에 가까운 이커머스’라는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 올리브영 – 뷰티 콘텐츠와 상품이 만나는 인터페이스
올리브영은 뷰티 큐레이션 미디어에 가까운 쇼핑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메인 화면 하단에서 볼 수 있는 셔터 카테고리는 유저들이 올린 다양한 올리브영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내돈내산 립추천, 파우치털기 등 실제 유저들이 자유롭게 짧은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올리브영 역시 플랫폼 안에 트렌드와 일반 유저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풍부하게 배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뷰티 트렌드 콘텐츠와 실시간 인기 상품을 엮는 구조는 소비자에게 지금 필요한 뷰티 정보를 보여주고 그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매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 AI 추천과 발견형 쇼핑의 결합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역시 메인 홈에는 개인화된 추천 영역이 상단에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픈 시점부터 AI 활용을 강조했던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는 알고리즘을 강화해 맞춤 큐레이션부터 연관 상품 등 맞춤 추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별도의 for you 카테고리를 통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추천해주고, 최근에 찾은 상품, 내 또래급상승 스타일 키워드 등 유저가 흥미를 가지고 탐색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들은 목적없는 방문에도 ‘머물 이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무언가를 사러 오지 않아도, 머무는 시간 안에서 사고 싶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지금 이커머스가 주력하는 전략입니다.
온라인이 머무는 쇼핑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오프라인 유통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외식, 전시, 공연,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복합 쇼핑몰의 공통점은 쇼핑 목적이 뚜렷하지 않아도 일단 가볼 만한 곳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맛집 리스트, 팝업스토어, 북카페 같은 구성들은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소비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오프라인 역시 상품을 찾게 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흐름은 온라인 플랫폼이 콘텐츠와 추천을 활용해 소비자의 시간을 설계하고 있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공간이든 화면이든, 이제 고객을 붙잡기 위해 필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검색 기반 쇼핑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찾고,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검색은 구매 목적이 명확한 대신,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습니다. 제품을 고르고 결제를 마치면 그 경험은 거기서 멈춥니다. 기억에 남는 건 가격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체류형 쇼핑은 다릅니다. 명확한 목적 없이 앱에 들어온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됩니다. 콘텐츠를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제품을 클릭해보며,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니즈를 자각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산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와 시간을 보낸 사람’이 됩니다. 검색에서 발견으로의 전환은, 그 자체로 고객 접점의 밀도를 바꾸는 일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러 앱에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 안에서 무엇을 사게 될지는 플랫폼과 브랜드가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머무는 쇼핑 시대, 고객은 더 오래 플랫폼에 머무르고 더 자주 브랜드를 만납니다. 콘텐츠를 보고, 추천을 탐색하고, 상품을 비교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드 경험이 됩니다. 결제 버튼을 누를 때, 상품 설명을 읽을 때, 상품을 수령하고 확인하는 그 모든 순간 역시 브랜드 경험의 일부입니다.
체류형 쇼핑은 특히 구매 이전의 여정을 정교하게 설계합니다. 하지만 쇼핑 이후의 경험은 여전히 많은 브랜드에서 비워진 채 남아 있습니다. 배송 과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품의 상태는 정확한지, 소비자가 제품을 수령한 이후 문제 발생 시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쇼핑 이후의 경험은 브랜드에 대한 기억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브랜드는 상품을 팔기 전만큼이나 상품이 도착한 후의 경험 역시 책임져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체류를 유도하는 쇼핑 구조에 맞춰, 브랜드의 신뢰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고객은 브랜드의 앞에서 머무르지만, 브랜드는 고객의 마지막 순간까지 동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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