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9월 25일입니다. 작년보다 열흘 이상 빨라서 선물세트 예약 판매도 8월 초에 이미 시작됐습니다. 대목에 들어간 비용은 8월 장부에서 빠져나갔고, 그 대금은 추석 뒤에 들어옵니다. 같은 시기 국회에서는 유통사에 물건을 넘기는 거래의 판매대금 지급기한을 40일에서 10일로 좁히자는 정산기한 단축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대형마트에서는 추석 선물세트 매출의 72.6%가 예약 판매에서 나왔습니다. 2024년 61.6%에서 1년 만에 11%포인트가 올랐고, 지난해 다른 대형마트도 70% 수준이었습니다. 대목의 7할이 한 달 넘게 앞서 결정됩니다.
채널 쪽 일정도 함께 당겨졌습니다. 한 오픈마켓은 추석 행사 시작을 지난해보다 열흘 앞당겼고, 대형마트 두 곳은 8월 6일부터 6주에 걸친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행사가 열리려면 그 전에 물량이 준비돼 있어야 하고, 기획전에 이름을 올리려면 분담금부터 정해져야 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일정이 뜻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원부자재 매입비와 늘려 잡은 재고, 행사 페이지에 붙는 광고비와 프로모션 분담금이 8월 장부에서 이미 빠져나갔습니다. 나간 돈은 확정됐고, 남은 질문은 그 돈이 언제 얼마로 돌아오느냐입니다.
예약 판매가 대목의 중심이 되면서 이 시차도 길어졌습니다. 할인과 사은 혜택이 예약 기간에 몰리면 그 비용의 일부를 납품하는 쪽이 나눠 집니다. 정작 상품이 고객에게 가는 것은 9월 중하순이고, 그 판매가 정산에 잡히는 것은 다시 그 뒤입니다.
8월 마지막 주, 대금 규칙이 두 방향에서 함께 움직였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27일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과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예고했습니다. 과징금을 매기는 기준이 납품대금에 걸리도록 바뀌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는 위반 규모를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우면 정해진 금액을 물리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관련 납품대금을 기준으로 비율을 매겨 산출합니다. 납품하는 쪽에서 읽는 의미는 간단합니다. 늦게 주거나 부당하게 깎으면 유통사가 더 비싼 값을 치릅니다.
둘째, 국회에서는 유통사와 납품업체 사이의 거래를 다루는 대규모유통업법을 고쳐 판매대금 지급기한 자체를 좁히자는 개정안이 여러 건 나와 있습니다. 유통사에 물건을 넘기는 거래를 두고 납품과 위탁은 지금의 40일을 10일에서 30일 사이로, 직매입은 60일을 20일에서 40일 사이로 줄이자는 안들입니다. 가장 짧은 안은 40일을 10일로, 60일을 20일로 좁힙니다. 판매대금을 다른 자산과 섞지 못하게 따로 맡겨두도록 하고, 유통업체가 회생이나 파산에 들어가도 납품한 쪽이 먼저 받도록 하는 조항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정산이 멈춰 납품업체가 연쇄로 피해를 본 일이 반복된 것이 배경입니다.
두 가지 모두 아직 예고와 발의 단계라, 확정된 일정이라기보다 방향이 굳어지는 구간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같은 방향의 법안이 올해만 열두 건 발의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한은 유통사에 물건을 넘기는 거래에 붙습니다. 오픈마켓에서 중개로 파는 정산은 다른 규칙 위에 있습니다.
기한이 짧아져도 실제 입금일이 기한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유통사가 사서 자기 재고로 파는 거래는 상품을 넘긴 날부터, 받아 팔고 안 팔리면 돌려주는 거래는 그달 판매를 마감한 날부터 셉니다. 같은 8월 물량이라도 대금이 들어오는 달이 갈립니다. 그 30일이면 한 달 치 매출이 통장 밖에 머뭅니다.

정산서에 찍히는 금액이 판 금액 그대로는 아닙니다. 반품된 상품 값과 파손 배상, 오배송으로 다시 보낸 비용, 수량이 모자란 만큼이 차감으로 빠지고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어치를 넘겼는데 정산서에는 87만 원이 찍히는 식입니다.
제도가 겨냥하는 것은 늦게 주는 것과 부당하게 깎는 것까지입니다. 계약대로 빠지는 금액은 그대로입니다. 대금이 열흘 만에 들어와도, 원래 받아야 할 금액에서 얼마가 왜 빠졌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그 금액이 어느 쪽 부담인지는 사안마다 갈립니다. 같은 반품이라도 물건이 나갈 때부터 하자가 있었는지, 배송 중에 생긴 문제인지, 고객이 쓰고 나서 돌려보낸 것인지에 따라 부담하는 쪽이 달라집니다. 세 경우는 성격이 전혀 다른데, 정산서에는 대개 한 줄로 합쳐져 내려옵니다. 구분이 서류로 남아 있지 않으면 그 한 줄을 되짚을 방법이 없고, 보여줄 게 없으면 기본값으로 물건을 넘긴 쪽이 부담을 집니다.
여기에 시간 문제가 하나 더 붙습니다. 대금이 빨리 들어온다는 것은 정산이 빨리 확정된다는 뜻입니다. 확정된 정산서를 뒤늦게 되돌리기는 원래도 어렵고, 회수일까지 앞당겨지면 확인할 시간은 더 짧아집니다. 정산기한 단축이 브랜드에 유리한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확인 절차를 미리 갖춰두지 않은 곳에서는 돈이 빨리 들어오기보다 다툴 여지가 빨리 닫히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돈을 먼저 받는 방법도 같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8월 말에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던 선정산 서비스 한 곳이 자사몰 판매자까지 대상을 넓혔습니다. 자사몰은 결제수단과 결제대행사, 계약 조건에 따라 정산 주기가 제각각이라 자금 운용이 흔들리기 쉬운데, 이런 서비스는 그 간격을 메워줍니다. 다만 앞당겨 주는 쪽은 받는 시점이지 받는 금액이 아니어서, 깎일 금액은 뒤에서 그대로 따라옵니다.
회사 안에서도 이 정보가 갈라져 있습니다. 정산서를 받아 금액을 맞춰보는 자리와 그 물건이 어떤 상태로 나갔는지 아는 자리가 서로 다릅니다. 앞쪽은 얼마가 빠졌는지 알아도 이유를 모르고, 뒤쪽은 이유를 알아도 그것이 얼마짜리인지 모릅니다. 대금이 두 달 뒤에 들어오던 시절에는 그사이에 서로 물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열흘로 좁혀지면 그 시간도 사라집니다.

점검 목록이라기보다 각 자리에서 무엇을 들고 와야 하는지에 가깝습니다.
정산서를 받아 금액을 맞춰보는 사람이 채널별 입금일을 적어 옵니다. 물건을 넘긴 날부터 세는지, 판매를 마감한 날부터 세는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날부터 세는지에 따라 같은 매출도 들어오는 날이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적힌 기한과 실제 입금일이 일치하는지도 함께 봅니다. 기한 안에 들어오기는 해도 늘 마지막 날에 가깝다면 그 며칠도 자금 계획에서는 실제 비용입니다. 8월 대목 물량이 9월과 10월 중 어느 달에 들어오는지가 이 표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명절 앞뒤로는 휴일이 몰려 있어 같은 기한이라도 입금이 며칠씩 밀린다는 점도 계산에 넣습니다.
정산서에서 빠진 항목을 현장과 CS가 함께 이유별로 나눠 옵니다. 총액만 봐서는 왜 깎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반품 때문인지 파손 배상인지 오배송인지, 특정 채널이나 특정 상품에 몰리는지를 나눠봐야 다음 분기에 손댈 자리가 보입니다. 시점도 함께 봅니다. 계약과 채널에 따라 판 금액은 앞 회차에 들어오고 반품이나 파손에 따른 금액은 뒤 회차에 깎이기도 합니다. 이때 입금일만 보고 자금 계획을 세우면 다음 달에 구멍이 생기고, 대목처럼 물량이 몰린 시기라면 그 구멍도 함께 커집니다.
채널을 맡은 사람이 계약서에서 확인할 항목입니다. 대금이 빨리 들어오는 대신 수수료율이나 프로모션 분담, 반품 부담 기준이 조정되는지 봅니다. 유통사가 이자 없이 굴려온 자금이 얇아지면 그 공백은 다른 조건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조건이 한 줄만 바뀌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반품과 파손을 어느 쪽이 부담하고 그 판단을 무엇으로 하는지가 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분쟁이 생겼을 때 꺼내 보는 문장이었지만, 정산 주기가 짧아지면 매 회차 정산서에 곧바로 반영되는 기준이 됩니다.
대목 매출이 장부에 먼저 잡혀도 이익은 다음 회차 정산서에서 갈립니다. 정산기한 단축 논의가 앞당기는 것은 날짜입니다. 깎인 금액은 우리가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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