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온라인 쇼핑은 모든 상품을 다 판매하는 곳이 가장 인기가 있었습니다. TV를 사든, 간식을 사든 생필품과 패션을 함께 장바구니에 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죠. 누구나 다 즐겨찾는 온라인 종합몰이 있었고, 그거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판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위메프와 티몬은 무대에서 퇴장한 뒤 재건을 준비하며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고, 11번가와 G마켓 역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며, 한때 이커머스를 양분하던 종합몰들은 지금 매출 하락과 존재감 저하라는 벽에 부딪혀 있습니다.
그 사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오히려 버티컬 플랫폼들입니다. 한 분야에 집중해 정체성을 구축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한 이들은, 이제 자신의 분야를 넘어 패션, 뷰티, 식품, 문구까지 아우르며 점점 더 종합몰처럼 보이는 확장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종합몰의 부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원하는 것은 더 이상 많은 가짓수의 상품이 아닙니다. 내 취향에 맞는 브랜드,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 그리고 그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쇼핑 경험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감각으로 연결되는지를 봅니다. 지금의 소비자는 검색보다는 구경을 택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 구매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다 있는 곳보다는 나와 어울리는 결이 있는 곳에 더 오래 머뭅니다.
이제 이커머스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과 연결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방을 사려고 들어간 플랫폼에서 디저트를 주문하고, 간단히 장을 보려던 앱에서 가전제품을 둘러본 경험, 낯설지 않으시죠?
요즘 소비는 꼭 목적이 있어야 시작되지 않습니다. 나와 잘 맞는 플랫폼, 브랜드 안에 제품이 있다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머물다가 고르고 구매하게 됩니다. 실제로 요즘의 브랜드들은 점점 더 단일 제품군에서 벗어나, 하나의 취향 공동체처럼 일상의 다양한 결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인 29CM는 패션 중심의 셀렉트샵 이미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리빙∙가전∙반려동물 제품까지 선보이며 취향 기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 역시 최근에는 키링∙문구∙굿즈∙디저트 등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더 나아가 유명 디저트 브랜드와 팝업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플랫폼 감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켓컬리, 뷰티컬리 두 가지의 타이틀을 가진 컬리도 퀄리티 좋은 식재료와 프리미엄 식품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소형 가전과 뷰티 제품까지 카테고리를 넓혔습니다. 단순한 품목 확대가 아니라, ‘컬리가 고른 것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선별 기준을 기반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많은 걸 팔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취향, 감성, 큐레이션 기준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안에 들어오는 상품군을 조금씩 넓혀가며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브랜드 안에서 쇼핑하는 것이 취향에 맞는 작은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품이 다양할수록 오히려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되는 이유죠.
계속해서 확장중인 버티컬 플랫폼들을 보면 패션, 뷰티, 식품, 리빙, 디저트까지 어떤 플랫폼은 어느 새 다 파는 곳이 되어 있습니다. 외형은 비슷해졌지만 내부 구조와 소비자와의 연결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세 가지의 핵심 요인을 정리해봤습니다.
🎲 무작위 나열이 아닌 취향 중심의 큐레이션
기존 종합몰은 가능한 많은 상품을 확보하고 검색을 통해 고객이 직접 찾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버티컬 플랫폼은 ‘이 브랜드가 고른 것’이라는 기준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배치하고, 소개합니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브랜드의 톤과 결이 맞는지를 따져 큐레이션하며 소비자는 선택받은 느낌 속에서 더 쉽게 신뢰하고 구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 필요해서 찾는 곳이 아닌, 구경하고 머무는 공간
기존 종합몰은 필요에 의해 진입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브랜드 플랫폼은 콘텐츠처럼 소비됩니다. 들어가서 둘러보고 저장하며 쇼핑보다는 경험 자체로 소비됩니다.
버티컬 플랫폼을 찾는 주요 고객들을 보면 필요한 제품만 장바구니에 담지 않습니다.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을 경우 특별한 표시를 해두거나 장바구니에 담기도 합니다. 상품보다 분위기를 먼저 느끼게 설계된 공간은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을 높이며,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을 만들어냅니다.
➕ 카테고리가 늘어도,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종합몰처럼 다양한 제품을 팔지만 그 안에는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와 감각이 일관되게 흐릅니다. 확장은 있지만, 그저 늘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 안에서 ‘확장 가능한 세계’를 넓혀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29CM에서 리빙 용품을 사고, 에이블리에서 디저트를 사면서도 그 선택이 해당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와 어긋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 일관성이 바로 기존 종합몰과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결국 이 차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카테고리가 아무리 늘어나도 브랜드가 설계한 감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브랜드의 기준과 결이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브랜드와 접촉하는 모든 지점에서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고객이 가장 마지막에 브랜드와 만나는 그 순간까지 브랜드다운 신뢰와 감성이 유지되는가는 지금 이커머스 브랜드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만으로 브랜드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오는 순간 상품을 고르고, 결제를 마치고, 배송을 기다리다 박스를 개봉하는 그 모든 과정이 브랜드의 인상으로 축적됩니다.
특히,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을 넓히거나 카테고리를 늘려나가는 브랜드, 플랫폼일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감각과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제품만이 아니라 포장, 메시지, 웅대 방식까지 브랜드의 결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소비자는 만족합니다.
이 경험이 자주 끊기는 지점인 출고 이후의 과정을 세심히 신경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포장이 잘 되었는지, 누락은 없었는지, 실제로 어떻게 보내졌는지를 보여줄 수 없다면 브랜드가 애써 쌓아온 정체성은 그 마지막 접점에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객과 브랜드를 이어주는 영상 커뮤니케이션 도구나 투명한 소통 방법을 통해 브랜드의 기준이 끝까지 지켜졌다는 믿음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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