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가장 강한 반응을 보인 곳은 플랫폼이 아니라 PG사들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단순합니다. “판매자에게 돌아갈 정산 자금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PG업계는 세부 내용에 반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산 안정성을 높이자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플랫폼에 있었음에도, 그 부담이 PG사들 쪽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동안 정해진 정산 주기에 맞춰 대금을 지급해 온 PG사들은 이제 정산자금을 외부 기관에 맡기기 위한 추가 비용과 책임까지 떠안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정산자금을 PG사가 임의로 보유하거나 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산자금은 PG사나 플랫폼 내부 계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회계상 분리되어 있어도 실제 운영 자금이 섞여 흐르는 구조적 여지가 존재했습니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났습니다. 판매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금액이 플랫폼 내부 자금처럼 사용되면서 지급 시점에 정산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개정안은 정산자금 100% 외부 관리를 의무화했습니다. 관리 방식은 금융기관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등으로 제한되며, 이 과정에서 정산자금은 외부 기관의 통제를 거치게 됩니다. 즉, 판매자에게 지급되는 돈이 플랫폼이나 PG 내부 계좌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정산자금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도 함께 도입됩니다. PG사의 자본금 요건이 상향되고 대주주 변경 시 허가를 받아야하는 제도가 신설되며, 정산자금에 대해서는 압류나 상계가 금지되는 규정도 논의되었습니다. 만약 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판매자가 정산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우선변제 체계 역시 논의에 포함되었습니다.
시행 시점은 2026년 12월이며, 초기에는 정산자금의 60%를 외부에서 관리하고 이후 매년 20%씩 비율을 높여 최종적으로 100% 외부 관리를 적용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가 정산자금이 플랫폼의 운영 자금처럼 사용되는 관행을 차단해 미정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이번 개정안 단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이커머스, PG사 정산 구조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설계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정장치”
티메프 사태의 핵심 문제는 정산자금이 플랫폼 내부 자금과 섞여 사용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었고, 이 부분을 해소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온라인 결제 규모가 급격히 커진 지금, 정산 지연이나 미정산 사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당국은 PG를 중심으로 정산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정산자금을 외부에서 관리하도록 강제해야만 실효적인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산금 분리 보관은 선택이 아니라 결제 생태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PG사, “책임 전가, 비용 부담, 시장 과점 우려”
반면 PG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실제 원인과 책임의 방향이 완전히 일치하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티메프 사태가 플랫폼의 자금 운용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변화의 무게가 주로 PG사에 실리는 구조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산자금을 외부 기관에서 관리하는 방식은 안정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예치, 신탁, 보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PG사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언급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소 PG의 경쟁 여건이 악화되고 자연스럽게 대형 PG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 역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시장이 소수 사업자로 집중될 경우 수수료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플랫폼과 브랜드, 셀러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변화가 어떤 연쇄 효과를 만들어낼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금법 개정안은 PG사나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커머스 생태계 전반의 운영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와 셀러에게는 정산 방식이 곧 현금 흐름과 사업 안정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제도 변화가 갖는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정산 안정성 강화
우선, 정산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이 관리하던 정산자금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존재했고, 플랫폼이 흔들리면 판매자 정산금까지 함께 영향을 받는 구조적 취약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산자금이 외부에서 별도 관리되면, 매출이 발생했음에도 정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 거래 구조 변화 가능성
다만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비용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산자금을 외부에서 관리하기 위한 비용은 PG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항목이며, 이는 플랫폼과 브랜드, 셀러에게 일정 부분 전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결과 정산 수수료나 결제 수수료가 조정될 수 있고, 앞으로는 플랫폼을 선택할 때 트래픽과 수수료만이 아니라 정산 구조, 파트너 PG의 안정성, 비용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판단 기준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 브랜드∙셀러가 챙겨야 할 체크 포인트
제도 변화가 일상적인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음과 같은 항목은 지속적으로 확인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입점 플랫폼·PG의 정산자금 관리 방식 확인
✔️ 외부 관리 방식(예치∙신탁∙보험)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 정산 주기와 지급 방식이 얼마나 투명하게 안내되고 있는지
2️⃣ 마진 구조 재검토
✔️ 수수료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 수수료가 0.3~0.7%만 상승해도 중소 셀러에게는 이익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
3️⃣ 복수 채널 전략 고려
✔️ 단일 플랫폼 의존도가 높을수록 정산 리스크가 집중되는 구조
✔️ 트래픽뿐 아니라 정산 안정성을 기준으로 채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것도 필요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정산 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마련되었지만,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속도로 안착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외부 관리를 위한 비용은 꾸준히 발생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PG사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재편되는 흐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산 안정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구조 변화를 누가, 어떻게 감당하게 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산은 매출의 마지막 단계이지만, 사업 운영에서는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제도 변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리 잡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각자의 비즈니스에 맞는 대응 방안을 차근히 마련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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