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관세는 2026년 7월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소액 수입품의 무관세 혜택(de minimis)이 폐지되면서 품목당 3유로의 임시 관세로 바뀌고, 이 부담은 소비자가 아니라 사업자가 집니다. 이어 8월 12일에는 PPWR 포장 규정이 적용되어 적합성선언서와 기술문서, 물질 기준이 유럽 시장 진입의 자격이 됩니다. 유럽으로 파는 한국 판매자라면 두 규제가 같은 시점에 닿는다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 중소기업이 해외에 판 화장품·패션·식품·생활용품 같은 주요 소비재의 수출액은 95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4% 늘어난 수치로, 중소기업 전체 수출 증가율(작년 동기 대비 9.3%)을 크게 앞선 속도입니다. 품목으로는 화장품이 작년 동기 대비 28.6% 늘며 가장 앞섰고, 시장으로는 유럽으로 나간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39.6% 늘며 빠르게 커졌습니다.
그런데 가장 빠르게 크는 바로 그 길목에서, 7월과 8월 EU가 상품이 아니라 '문서'부터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잘 팔리던 판매자가, 이제는 잘 만들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를 먼저 풀어야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먼저 EU 관세입니다. EU는 2026년 7월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소액 수입품에 적용하던 무관세 혜택(이른바 '소액 면세', de minimis)을 폐지합니다. 대신 대체로 품목당 3유로의 임시 관세를 매기고, 이 조치는 2028년 7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이커머스 직판이 대상입니다.
한 가지 분명히 짚을 점은, 이 3유로가 소비자에게 문 앞에서 청구되는 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세를 지는 쪽은 사업자, 즉 판매자와 수입자입니다. 또 하나, 부과 단위가 소포가 아니라 '품목'입니다. 그동안 150유로 미만 다품목을 묶어 무관세로 넘기던 저가 직판이라면, 한 상자에 담긴 품목 수만큼 관세가 따라붙는 셈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짜던 전제 자체가 바뀝니다.

더 무겁게 다가오는 건 8월입니다. EU 포장 규정(PPWR, 정식 명칭 Regulation 2025/40)이 2026년 8월 12일부터 대부분 적용됩니다. 주목할 점은 적용 범위입니다. EU 밖 기업이라도 EU 시장에 포장된 제품을 내놓으면 그대로 적용 대상이 됩니다. 한국에서 만들어 유럽으로 보내는 한, PPWR 포장 규정은 남의 규제가 아닙니다.
내용은 구체적입니다. 8월 12일부터 제조사는 포장의 적합성평가를 거쳐 적합성선언서와 기술문서를 갖춰야 합니다. 포장 안의 빈 공간은 40%를 넘기면 안 되고, 식품과 닿는 포장이라면 과불화화합물(PFAS)이나 중금속 같은 물질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재생원료 의무처럼 일부 항목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되지만, 문서와 물질 기준은 8월 12일부터 바로 작동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이제 제품만이 아니라 포장까지 문서로 증명해야 EU 시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PPWR은 친환경을 어떻게 알릴까 하는 마케팅 이야기가 아니라, 시장에 들어갈 자격을 문서와 물질 기준으로 묻는 진입 규제입니다.
EU 관세와 포장, 두 규제는 다른 자리에 있지만 무게중심이 같은 곳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둘 다 '얼마나 잘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증명할 수 있느냐'를 시장 진입의 조건으로 세웁니다. 미국이 이미 저가 수입의 무관세를 손봤고 EU가 그 뒤를 따르는 흐름을 보면, 증명을 요구하는 방향은 한 시장만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준비의 격차입니다. 업계 세미나 현장을 보면, 대기업은 규제 대응을 거의 끝낸 반면 중소 판매자와 협력사는 시작도 못 한 곳이 많습니다. 같은 시점에 같은 문턱을 마주해도, 증명을 갖춘 판매자는 그대로 들어가고 못 갖춘 판매자는 문 앞에서 멈춥니다. 그래서 증명의 격차가 곧 진입의 격차로 벌어집니다.
규제가 실제로 요구하는 것에서만 짚어 보겠습니다. 화려한 준비가 아니라, 막혔을 때 곧장 발목을 잡는 지점들입니다.
3유로는 상품 값에 비례하는 정률이 아니라, 품목마다 똑같이 붙는 정액입니다. 여기서 '품목'은 개수가 아니라 상품의 종류를 뜻합니다. 같은 티셔츠 다섯 장을 한 상자에 담으면 한 품목으로 3유로지만, 티셔츠 하나와 시계 하나처럼 종류가 다르면 품목이 둘이라 6유로가 됩니다. 그래서 값이 싼 상품을 여러 종류 섞어 보내는 구성일수록 EU 관세 부담이 빠르게 커집니다.
단순히 판매가를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한 상자에 상품을 몇 종류까지 담을지, 같은 상품은 모아서 보낼지, 객단가가 낮은 품목은 직판을 줄이고 현지 재고로 돌릴지까지 다시 따져야 하는 국면입니다. 게다가 3유로는 2028년 7월까지의 한시 조치라, 이후 품목별 정상 관세로 바뀌면 셈이 또 달라진다는 점도 미리 가격 계획에 넣어 둬야 합니다.
적합성선언서와 기술문서는 제품이 아니라 포장에 붙습니다. 같은 화장품이라도 단상자, 파우치, 완충재가 다르면 각각 따로 증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중금속과 식품 접촉 포장의 과불화화합물(PFAS) 기준은 시험성적서로 입증해야 하는데, 시험 성적서 발급에는 시간이 걸려 8월 12일에 임박해 한꺼번에 몰리면 병목이 생깁니다.
더 중요한 건 이 문서를 혼자 만들 수 없다는 점입니다. 포장재 공급사와 제조를 맡긴 협력사에서 자료를 받아 챙겨 두어야 하므로, 사실상 공급망 전체의 문서를 같은 기준으로 맞추는 일이 됩니다. 전담 인력이 없는 작은 곳일수록, 외부 시험기관이나 대행을 언제 붙일지 지금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출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시장이 늘어날수록, 증명은 쌓이고 갱신됩니다. 미국은 이미 무관세를 손봤고 EU는 관세와 포장을 동시에 조이며, 나라마다 라벨과 기준이 다릅니다. 서류 한 묶음을 그때그때 급히 맞추는 방식으로는, 규제가 하나 늘 때마다 비용도 그만큼 따라 늘어납니다.
반대로 출고와 포장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자연히 남도록 운영을 짜 두면, 시장이 늘어도 증명에 드는 부담이 한꺼번에 불어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국내 위주인 판매자에게도, 증명을 운영 안에 녹여 두는 방향은 미리 들여다볼 신호입니다.
📬 물류와 이커머스의 생생한 트렌드를 빠르게 만나보세요.
리얼패킹레터는 매주 물류와 이커머스, 리테일의 트렌드를 전합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업계 이야기를 메일함에서 바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