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을 하나 더 열지 말지는 대개 그 채널이 얼마나 파느냐로 판단해 왔습니다. 거래액을 전망하고, 수수료를 계산하고, 담당자를 한 명 더 붙일 수 있는지를 따져 보는 순서였습니다. 계산이 맞으면 열었습니다. 열고 나서 생기는 일은 대체로 열어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판매 채널로 들어가는 문은 최근에도 하나 더 늘었습니다. 서류 몇 가지만 있으면 일본에 팔 수 있는 통로가 열렸고, 국내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묶어 주는 물류 지원도 3년째 이어지며 100곳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정반대 결정도 나왔습니다. 수천 개에 이르던 온라인 판매처를 접고 공식 채널로 모으겠다는 브랜드의 발표입니다. 파는 곳을 늘리기가 이렇게 쉬워진 시점에, 왜 어떤 브랜드는 파는 곳을 줄일까요.
틱톡은 한국 판매자가 일본 틱톡샵에 입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습니다. 현지 법인이나 물류 인프라 없이도 판매자 계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증과 여권, 국내 주소, 가상계좌면 됩니다. 상품은 국내 창고에서 그대로 내보내고 대금은 한국 사업자 명의 계좌로 받습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 다섯 개 나라에 이어 일본이 더해지면서 이런 방식으로 나갈 수 있는 시장이 일곱 곳이 됐습니다.
W컨셉은 자체 글로벌몰에 결제수단을 늘리고 일본어 자동 번역과 전용 고객센터를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설명으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0% 늘었습니다. 에이블리 쪽 설명으로는 일본 전용 앱에서 상품 정보 번역과 엔화 환율 계산, 현지 고객 응대, 통관과 배송까지 자동으로 처리하고 자체 물류센터를 거쳐 여러 주문을 묶어 내보냅니다.
물류 지원은 2024년 초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107개 브랜드가 거쳐 갔습니다. 나라와 거래 방식에 따라 업체를 따로따로 써야 했던 과정을 하나로 묶어 주고, 나라별 관세율과 통관 절차는 브랜드마다 상담해 줍니다.
예전이라면 법인 설립과 현지 파트너부터 알아봐야 했던 일이 이제 서류 몇 장으로 시작됩니다. 판매 채널을 여는 문턱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가 우리 앞에 놓이는 선택지 이야기라면, 이번은 우리와 같은 자리에 선 브랜드가 내린 결정입니다.
나이키는 중국에서 수천 개에 이르던 온라인 2차 판매처를 접고 공식 홈페이지와 앱, 주요 플랫폼 안의 공식 매장으로 판매 채널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입니다. 그동안 중국 소비자는 이 브랜드 제품을 수천 개 매장에서 살 수 있었습니다. 현지 파트너와 2차 딜러가 운영하는 매장입니다. 사기는 편했지만 판매처가 흩어져 있다 보니 가짜 제품이 섞이고 가격이 매장마다 달라지는 문제가 따라왔습니다.
회사는 브랜드의 안정성과 통일된 쇼핑 경험을 이유로 들었고, 현지 업계에서는 온라인 가격을 정하는 권한과 고객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합니다.
이 결정이 옳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 브랜드의 중화권 사업은 최근 5년 사이 30% 가까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판매처를 줄이면 당장 매출이 더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넓혀 온 현지 오프라인 파트너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무엇을 문제로 지목했는지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브랜드가 손댄 곳은 판매가 부진한 채널이 아니었습니다. 가짜 제품이 섞이고 가격이 제각각이 된 영역, 관리가 미치지 못하게 된 자리를 먼저 줄였습니다.
채널을 하나 더 여는 일은 보통 상품을 한 번 더 등록하는 일로 계산됩니다. 실제로 늘어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반품이 어디로 도착하는지가 채널마다 다릅니다. 파손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다르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요구하는 자료도 다릅니다. 출고 마감 시각이 다르고 송장 규격과 함께 넣어야 하는 안내물이 다릅니다. 품절이 났을 때 어느 채널 주문을 먼저 살릴지도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채널이 하나 늘 때마다 이런 항목이 한 벌씩 따라 들어옵니다.
이 항목들은 대개 문서에 남지 않고 담당자 머릿속에 쌓입니다. 채널이 두세 개일 때는 기억으로 버텨집니다. 네댓 개가 되면 같은 질문에 사람마다 다른 답이 나옵니다. 고객센터가 안내한 내용과 물류가 실제로 처리한 방식이 어긋납니다. 그 차이는 대개 고객이 먼저 발견합니다.
같은 상태의 상품이 채널에 따라 다르게 처리되는 일도 여기서 생깁니다. 어느 채널에서는 다시 팔고 어느 채널에서는 폐기하는데, 왜 그렇게 갈렸는지 물으면 답하는 사람에 따라 설명이 달라집니다. 규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칙이 여러 벌이라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 차이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문제가 보이는 때는 대개 사람이 빠지거나 물량이 몰릴 때입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채널의 반품 처리가 며칠씩 밀립니다. 새로 들어온 담당자는 채널마다 다른 규칙을 익히는 데만 몇 주를 씁니다. 그 몇 주 동안 고객에게 나가는 답은 채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성수기에는 이 간격이 더 벌어집니다. 평소라면 물어보고 처리했을 건을 각자 판단으로 넘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채널을 줄이는 결정은 매출 일부를 포기하는 일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되돌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작업은 발표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천 개 판매처를 접으려면 그곳들이 안고 있던 재고를 어디로 옮길지, 진행 중이던 교환과 반품을 누가 받을지를 함께 정해야 합니다. 채널을 줄이는 일은 보도자료에서 시작해 창고에서 끝납니다.
채널을 열 때도 같은 계산이 필요합니다. 들어가기 쉬워진 통로일수록 기존 방식을 그대로 옮겨 붙이기 쉽습니다. 국내 창고에서 해외 고객에게 바로 내보내는 구조라면 무엇까지를 상품성 저하로 보는지, 그 선이 국내와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판매 채널 전략의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채널마다 대응 방식을 따로 만드는 방식은 채널 수만큼 일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우리가 지킬 기준을 먼저 세워 두면 채널이 늘어도 그 위에 얹는 일만 남습니다. 입점하는 플랫폼의 정책을 따라가는 것과, 우리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할지를 정해 두고 그 위에 플랫폼 정책을 얹는 것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채널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덜 흔들리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채널별 담당자를 늘리는 대신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 부서를 건너 같은 형태로 도착하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영업이 답하고 고객센터가 안내하고 물류가 처리하는 내용이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채널이 몇 개든 답은 하나로 유지됩니다. 부서마다 다른 것을 보고 있으면 채널 두 개에서도 답이 갈립니다. 이 차이는 도구를 들여놓은 뒤 몇 개 부서가 그 도구를 같은 기준으로 쓰기 시작할 때 생깁니다.

출고 전에 무엇까지 확인하는지, 어떤 상태를 상품성 저하로 보는지,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어디까지 우리가 책임지는지. 이 세 가지는 채널과 상관없이 먼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채널 정책은 그 위에 얹는 것이지 그것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준을 적어 두는 것과 실제로 운영되는 것은 다릅니다. 현장에서 판단이 갈리는 자리는 늘 기준의 경계입니다. 박스는 눌렸는데 내용물은 멀쩡한 경우, 개봉 흔적은 있는데 사용감은 없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건에서 재판매와 폐기, 부분 환불이 갈리는데 정작 문서에는 그 경계가 안 적혀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세울 때 함께 정해야 하는 것이 예외를 승인하는 사람입니다. 누가 답하느냐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기준이 아무리 촘촘해도 건별로 달라집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기준 문서는 만들 때보다 예외가 생겼을 때 실제로 바뀝니다. 그 변경이 어디에도 남지 않으면 다음 담당자는 같은 상황을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지금 채널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어느 채널이 먼저 멈추는지 답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 채널의 운영은 사람에게만 담겨 있습니다.
더 빠른 진단도 있습니다. 최근에 처리한 클레임 한 건을 골라 고객센터와 물류에 따로 물어보는 방법입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처리했는지 두 답이 같으면 기준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다르면 두 부서가 각자의 화면에서 각자 판단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두 답이 갈리는 지점이 곧 문서로 옮겨야 할 항목입니다.
규칙보다 그렇게 정한 이유를 부서 사이로 넘겨야 합니다. 이유가 함께 남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그 규칙을 뒤집습니다.
남은 재고를 어디로 회수할지, 진행 중인 교환과 반품을 누가 받을지가 정해져 있는지. 여는 절차는 잘 갖춰져 있는데 닫는 절차까지 준비해 둔 곳은 드뭅니다.
닫아 본 곳들은 재고를 가장 오래 남는 항목으로 꼽지 않습니다. 재고는 옮기면 끝나지만 반품 접수 기한은 판매 종료일보다 뒤에 끝납니다. 문을 닫은 뒤에도 몇 주 동안 반품과 문의가 들어옵니다. 그때 응대할 사람과 처리 기준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정산 잔액과 보증금도 마지막 반품이 끝나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채널에 쌓아 둔 후기와 평점은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도 미리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판매 채널 전략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은 새로 여는 채널의 예상 거래액이 아닙니다. 지금 운영 중인 채널의 기준을 문서로 꺼내 보일 수 있는지입니다. 꺼낼 것이 없다면 새로 여는 채널은 매출을 늘리기 전에 답이 갈리는 자리를 하나 더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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