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반품센터는 애들 한복 대여샵이에요. 반품센터에 들어온 한복만 100벌 넘게 접었습니다” 한 물류센터 근무자의 말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추석이 끝나면 반품센터에는 수십 박스의 한복과 드레스, 액세서리가 도착합니다. 대여가 아니라 ‘구매 후 반품’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시즌성 상품의 반품은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패턴이 되었습니다. 명절, 졸업식, 연말 모임이 끝날 때마다 반품률은 급등하고, 그 중 일부는 착용 흔적이 있는 상품으로 돌아옵니다. 소비자는 한 번의 클릭으로 반품을 완료하지만, 브랜드는 다시 재포장하고 세탁하고, 훼손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 만큼 손실이 누적됩니다.
이커머스의 반품 구조는 소비자 편의에 맞춰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편의의 이면에서, 브랜드는 더 많은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추석이나 졸업식 등 주요한 시즌마다 화제가 되지만, 실제로는 일 년 내내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무료 반품은 이커머스 시장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품 정책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정책이 작동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유통 구조에서 브랜드는 반품 사유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단순 변심”, “사이즈 불만” 같은 선택지로만 분류된 반품 데이터는 실제로 상품이 착용되었는지, 훼손되었는지, 고의성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가 ‘정상 출고 했음’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배송받은 상품이 처음부터 불량이었다”고 주장한다면 브랜드는 출고 당시 상품 상태를 증명할 근거가 없습니다. 또, 고객이 훼손된 상품 반품 후에 “정상제품을 반품했다“고 주장한다면 브랜드는 반품 건 입고 상태를 증명할 근거가 없습니다. 즉, 모두 브랜드의 손실이 되는 것입니다.

증명이 불가능한 구조는 악성 반품과 정산 반품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일부 고객들의 고의적 반품도, 일반 고객들의 정당한 불만도 브랜드 입장에서는 동일한 클레임으로 처리될 뿐입니다.
결국 이 비용은 누군가 감당해야 합니다. 멤버십 요금 인상, 반품 정책 강화, 상품 가격 조정 등으로 결국 모든 고객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무료 반품의 남용은 단순의 일부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구조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브랜드들은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습니다. 빠른 배송, 쉬운 반품, 친절한 CS 대응 등 모든 것이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고객을 위한 편의는 계속 늘어났지만, 브랜드가 억울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는 그만큼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신뢰는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브랜드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건강한 거래 관계가 유지됩니다.

특히, 시즌성 상품이나 고가 의류처럼 반품 리스크가 큰 카테고리에서는 출고 또는 반품 입고 당시의 상태를 명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포장 상태, 상품 컨디션, 동봉된 구성품까지 출고 시점의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야 반품 후 ‘입고 당시 훼손’과 ‘착용 후 반품’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최근 일부 브랜드들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출고 과정을 영상으로 자동 기록하거나 영상 검수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악성 반품이나 분쟁 발생 시 객관적 근거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시가 아니라 브랜드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이 구조적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요? 악성 반품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하고 방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 상품별로 반품 정책 세분화하기
모든 상품 동일한 무료 반품 정책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즌성이 강한 상품이나 착용 후 반품 가능성이 높은 카테고리는 반품 조건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한복이나 드레스처럼 특정 행사용 의류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 택 제거 전”이라는 조건을 명확히 하고, 반품 시 검수 기준을 강화한다는 안내를 상품 페이지를 명시하는 것입니다. 또는 무료 반품 기간을 7일이 아닌 3일로 단축하거나, 시즌이 끝난 후에는 반품을 아예 제한한다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상품 포장에 “본 제품은 출고 시 영상 검수를 거쳤습니다”라는 라벨을 부착해 고객에게도 브랜드가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정상적인 고객에게는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악의적 반품을 계획하는 고객에게는 심리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 출고∙입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출고와 입고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상품을 포장하기 전 상태 확인, 포장 과정, 박스 밀봉까지의 과정을 촬영해두면 고객이 “처음부터 불량이었다”고 주장해도 브랜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품 입고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스 개봉부터 상품 꺼내는 모습, 상태 확인까지 영상으로 남겨두면 “정상 상품을 반품했는데 불량으로 처리됐다”는 역클레임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즌성 의류나 고가 제품처럼 반품 분쟁이 잦은 카테고리에서는 이런 영상 기록이 CS 대응 시간을 대폭 줄여줍니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출고 영상 검수 시스템을 도입한 후, 악성 클레임 대응 시간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영상 기록은 단순히 ‘증거 확보’를 넘어 고객에게도 긍정적 신로를 줍니다. “우리는 모든 상품을 꼼꼼히 검수해서 보냅니다”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지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반품 데이터 분석해 패턴 찾기
단순 변심으로 분류된 반품일도,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면 명확한 패턴이 보입니다. 특정 상품군에서 반품률이 유독 높다면, 상품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악성 반품의 타겟이 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시즌별, 배송 지역별, 구매 채널별로 반품 데이터를 나눠 분석하면 어떤 루트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지, 어떤 고객층에서 착용 후 반품이 많은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반품 사유와 실제 반품 상태를 비교 분석하면 ‘사이즈 불만’이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착용 흔적이 있는 경우처럼 사유와 실제 상황이 불일치하는 케이스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악성 반품 가능성이 높은 주문을 사전에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도 가능합니다.

반품은 이커머스에서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온라인 구매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반품 정책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반품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과, 억울한 손해까지 감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명절이 지나고 시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반품 대란은 이제 예측 가능한 패턴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출고 순간을 기록하고, 반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 상품별로 정책을 세분화하는 것까지.
이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브랜드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이번 시즌, 반품 요청 건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현실적인 대응방법을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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