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이커머스 트랜드

단일 제국 쿠팡 vs 연합군 네이버, 진짜 승부처는 ‘배송’이 아니다

2025-09-08

지금 한국 이커머스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나 ‘배송 속도 경쟁’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시장의 무게 중심이 쿠팡 독주 체제로 빠르게 쏠리면서, 업계 전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거래액만 55조를 넘기면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의 22%를 차지했습니다. 전국에 촘촘히 깔린 물류센터, 그리고 로켓배송이라는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한 결과입니다. 덕분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기 보다는 앱을 켜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흐름이 고착화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균열이 생길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컬리와 롯데 등과 손을 잡은 연합군 전략으로.

완결형 제국으로 진화한 쿠팡

쿠팡이 만들어낸 진짜 차별점은 단순한 거래액 규모가 아닙니다. 소비자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사 울타리 안에서 완결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쿠팡은 상품 소싱부터 물류센터 운영,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풀 스택으로 직접 통제합니다. 덕분에 다른 플랫폼처럼 외부 협력사나 택배사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와우 멤버십은 배송 혜택을 넘어, OTT, 음악, 결제 할인까지 연결하면서 생활 구독에 가까운 락인 장치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쿠팡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일상 필수 앱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쿠팡은 무작정 더 많은 셀러와 상품을 모은다기보다 소비자의 일상 루틴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즉,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독점적인 쿠팡만의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컬리와 롯데를 품다

쿠팡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는 네이버의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쿠팡처럼 단일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대신, 이미 강점을 가진 파트너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 첫 파트너는 새벽배송으로 자리 잡은 컬리였습니다. 네이버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열고 상품∙물류∙마케팅을 아우르는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컬리로서는 처음으로 외부 플랫폼에 진출한 사례인데, 네이버 입장에서는 ‘신선식품=쿠팡’이라는 인식을 흔들 수 있는 전략적인 카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으로 컬리의 상품을 노출하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까지 연결한다면 소비자는 더 자연스럽게 네이버에서 장보기를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롯데와의 협력도 의미가 큽니다.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네이버 플랫폼과 연계돼 검색에서, 구매, 그리고 매장 픽업까지 이어지는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세븐일레븐 상품을 네이버 퀵커머스 ‘지금 배달’과 연결해 즉시성 가테고리까지 넓혔습니다.

반대로 네이버에서 성장한 셀러들의 상품이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같은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할 길이 열린 것도 큰 변화입니다. 네이버의 온라인인과 롯데의 오프라인이 서로의 성장 통로가 되는 셈이죠.

즉, 네이버가 구축하는 그림은 확장 가능한 연합 제국입니다. 쿠팡이 독자적 완결성을 무기로 삼는다면, 네이버는 제휴와 결합으로 소비자의 생활 동선을 더 넓게 장악하려는 겁니다.

제휴를 선택한 네이버, 그 이유는?

쿠팡처럼 물류 인프라를 직접 깔고 운영하는 방식은 시간이든 비용이든 엄청난 부담을 동반합니다. 네이버 입장에서 같은 길은 걷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네이버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역, 즉 플랫폼을 통한 연결과 확장에 집중했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검색을 통해 상품 노출을 장악했고, 네이버페이와 멤버십으로 결제와 리워드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배송, 상품, 오프라인 접점이라는 퍼즐 조각이었죠. 컬리와 롯데는 그 빈틈을 채워줄 최적의 파트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쿠팡처럼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지만 네이버는 훨씬 빠른 속도로 시장 카테고리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네이버는 쿠팡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휴를 통해 쿠팡과는 또 다른 형태의 제국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쿠팡이 내부세어 완결된 하나의 성을 쌓고 있다면, 네이버는 여러 동맹을 이어 붙여 더 넓은 네트워크형 도시를 세우고 있는 셈이죠.

쿠팡vs네이버 연합군, 달라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

네이버와 쿠팡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국을 세우고 있는 지금, 업계 담당자들이 주목해야 할 건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 아닙니다. 이 구도가 소비자 경험을 어떻게 바꾸고, 그 변화가 브랜드 전략에 어떤 파급을 미치는가입니다.

🔥 알고리즘 경쟁으로의 전환

쿠팡은 자체 물류를 통제하며 속도와 품질을 확보합니다. 반면 네이버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붙잡습니다. 이제 승부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물류를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소비자의 첫 클릭을 독점하느냐에 달려있을 수 있습니다.


🔒 멤버십 락인의 양극화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소비자의 지갑과 시간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핵심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명확합니다. “우리 고객은 어느 멤버십 안에서 만날 때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는가?” 멤버십 생태계 바깥에 서면 광고 효율과 구매 빈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 옴니채널vs올인원 모델에 맞는 전략

쿠팡은 앱 하나로 모든 과정을 해결하는 올인원 모델을 고집합니다. 네이버는 제휴와 연결을 통해 옴니채널 모델을 설계합니다. 이커머스 시장에 있는 브랜드와 셀러는 각 모델에 맞는 전략을 고심해야 합니다. 올인원 모델에서 안정적 볼륨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연합 생태계 속에서 노출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채널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쿠팡을 막는 네이버의 방식, 그리고 우리가 봐야할 것

네이버가 컬리와 롯데 등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은 것은 단순히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검색, 결제, 멤버십의 플랫폼 역량에 파트너들의 강점을 덧입히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양상이 기업 간 점유율 경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비자 경험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 가느냐가 결국 승부를 가를 것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플랫폼에서 첫 클릭을 하느야, 어떤 멤버십에 묶여있느냐, 어떤 생활 동선 속에서 더 자주 노출이 되느냐’에 따라 브랜드와 셀러의 매출 구조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커머스 업계가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쿠팡과 네이버 중 누가 더 크냐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어떤 경험의 생태계 안에서 고객을 만나고 있는가입니다. 그 선택이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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