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 검색부터 비교, 결제까지 수행하는 거래 방식입니다. 올해 6월 Mastercard Agent Pay가, 이달 말 네이버 에이전트N이 출시되면서 이 변화가 본격화됩니다. 이제 판매자의 경쟁은 검색 키워드 최적화가 아니라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 구조화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두 가지 발표가 거의 동시에 나왔습니다. Mastercard는 AI 에이전트에 결제 권한을 부여하는 'Agent Pay'를 올해 6월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네이버는 AI 쇼핑 에이전트 '에이전트N'의 CBT를 2월 말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결제 인프라 기업과 국내 최대 검색 플랫폼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이커머스 구조 자체의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입니다.
지금까지 이커머스에서 AI는 주로 "추천"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상품을 제안하되, 최종 선택과 결제는 언제나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AI가 결제 버튼까지 누르게 됩니다. 소비자의 구매 과정 전체가 AI에게 위임되는 시대가 올해 상반기에 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가 현실화되려면 하나의 전제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직접 결제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AI 비서가 "이 상품이 좋겠다"고 추천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카드를 긁는 행위만큼은 사람만 할 수 있었습니다. Mastercard의 Agent Pay는 바로 이 한계를 넘기 위해 설계된 최초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입니다. 토큰 기반 보안 체계를 적용해 카드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결제를 완료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미 Microsoft Copilot 등 주요 AI 플랫폼과의 연동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결제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면, AI 에이전트는 상품 탐색부터 결제 완료까지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구매 의사결정의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본격 이동한다는 의미이고, Mastercard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이 변화가 빠르게 확산되면 한국 이커머스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파급이 불가피합니다.
네이버가 이 시점에 AI 쇼핑 에이전트를 내놓는 것은 기술 준비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 이슈 이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신규 설치·가입자 수가 약 90만 명 이상 증가했으며, 네이버 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6% 성장했습니다. 또한 2025년 연간 실적 기준 커머스 매출은 약 3조 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쇼핑 트래픽이 급증하는 이 시점에, 네이버는 유입된 사용자를 기존의 검색 기반 쇼핑이 아닌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쇼핑 경험으로 전환시키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힙니다.
에이전트N은 사용자의 취향과 조건을 학습해 상품을 추천하고, 비교하고, 결제까지 대행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판매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검색 결과를 눈으로 훑으며 이미지와 가격을 직관적으로 비교하지만, AI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깁니다. 상품 스펙, 리뷰 품질, 배송 신뢰도, 반품 정책 같은 정보가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어야만 추천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판매자의 경쟁 축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검색 키워드를 최적화하고 상세페이지의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노출의 핵심이었지만, AI 에이전트는 이미지를 보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읽습니다. AI가 읽고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상품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것이 곧 새로운 경쟁력의 출발점입니다.

이 변화가 현실화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Mastercard Agent Pay는 6월, 네이버 에이전트N은 이달 말 CBT가 시작됩니다. 판매자가 지금 시점에서 점검해야 할 영역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상품 데이터의 구조화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상품을 비교하려면 스펙과 가격, 리뷰 정보가 정형화된 형태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미 많은 판매자가 상품 상세페이지를 관리하고 있지만, AI가 읽기 위한 형식과 사람이 보기 위한 형식은 다릅니다. "넉넉한 용량"이 아니라 "500ml", "편안한 착용감"이 아니라 "면 100%, 신축성 있음"처럼 AI가 비교할 수 있는 정량적 형태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카테고리별 속성값과 수치 기반 스펙, 구조화된 리뷰 데이터까지 기존과는 다른 수준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둘째, 배송 정보의 표준화입니다. AI 에이전트의 추천 기준에는 물류 신뢰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상 배송일의 정확성, 반품 정책의 명확성, 배송 추적 데이터의 일관성이 판매자 평가의 변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배송 2-3일 소요"가 아니라 "주문 후 평균 2.3일 배송 완료, 지연율 3%"처럼 검증 가능한 수치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기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판매자도 많기 때문에, 준비 여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지점입니다.
셋째, 운영 지표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굿서비스 점수'를 도입해 클레임률, 반품 비율, 배송 품질 같은 운영 지표를 판매자 등급과 검색 노출에 직접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쿠팡 역시 정시배송완료율, 고객문의량 등을 판매자 성과 지표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가격이나 상세페이지의 매력도가 이런 지표보다 체감 영향력이 큽니다.
AI 에이전트가 구매를 대행하게 되면 이 균형이 바뀔 수 있습니다. AI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동일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여럿일 때 분쟁 이력이 적고 처리가 빠른 쪽을 우선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지금까지 후순위였던 운영 품질이 노출을 결정짓는 변수로 올라오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에 판매자의 가시성은 광고 예산이 아니라 데이터의 품질로 결정됩니다. 상품 정보를 "보여주기"에서 "증명하기"로 전환하는 것, 배송 과정을 "처리하기"에서 "기록하기"로 바꾸는 것. 이 작은 전환이 AI의 추천 목록에 오르느냐 마느냐를 가를 수 있습니다.
Mastercard Agent Pay 6월, 네이버 에이전트N 2월 말. 인프라가 깔리고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데이터를 정비하는 판매자가, 이 변화의 선점 효과를 가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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