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창고에 들어간 재고 한 개에는 이미 국제 운송비와 통관, 보관료가 붙어 있습니다. 그 한 개가 반품돼 돌아왔을 때 무엇 때문인지 가리지 못하면, 상품값만이 아니라 거기까지 오는 데 쓴 돈까지 되돌릴 길이 없어집니다. 그 돈은 고스란히 물류 손실로 남습니다.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역직구는 7,102만 6천 건으로, 2014년 집계를 시작한 뒤 처음 7천만 건을 넘었습니다. 2020년과 비교하면 2.6배로 늘었습니다.
재고가 놓이는 곳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지 창고 보관을 돕는 공공 사업은 전부터 있었고,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온라인 수출 기업의 풀필먼트와 해외 물류센터 보관·현지 배송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새로 열었습니다. 9월 28일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중동전쟁 피해기업 대상 사업에서 동남아 5개국 현지 풀필먼트 센터를 공동물류센터로 지정하고, 해외 고객에게 가는 마지막 배송 구간 비용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지원은 물류비와 배송 기간을 덜어 줍니다. 그런데 창고를 옮기면 함께 바뀌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돌아온 한 건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누가, 무엇을 보고 가리느냐입니다.
한국에서 바로 보내는 주문이라면 고객이 상자에 문제가 있다고 할 때 되짚어 볼 곳이 한국 출고 현장입니다. 자사 창고든 위탁 물류사든 판매자가 직접 가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재고를 현지 창고에 두면 이 구조가 바뀝니다. 고객 주문을 골라 담고 상자를 닫는 사람이 현지 창고 작업자입니다. 한국 출고 기록도 물론 남지만, 그 기록이 말해 주는 것도 팔레트 단위로 떠난 벌크 물량의 상태까지입니다. 현지에서 낱개로 나뉘어 고객에게 간 한 건의 상태는 거기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세트 상품에서 구성품 하나가 빠졌다는 문의가 들어오면 이 차이가 바로 드러납니다. 한국에서 떠난 박스에는 세트가 온전히 들어 있었다는 자료가 있어도, 현지 창고에서 주문에 맞춰 꺼내 담는 사이에 무엇이 빠졌는지는 그 자료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재고가 현지로 가면 물건을 맡은 쪽이 바뀌는 지점이 한국 출고, 현지 입고, 현지 출고 세 군데로 늘어납니다. 해외 특송을 하는 물류사와 미팅할 때 들은 말이 있습니다.
"해외 고객한테 보내는 거다 보니까 교환, 반품 비용이 크잖아요. 나중에 문제 생기면 증명할 게 없으면 곤란하거든요."
한국에서 태국으로 의류와 생활잡화를 보내는 물류사도 출고할 때 상태와 현지에 도착했을 때 상태를 둘 다 남겨 두고 싶어 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구간에서 생긴 일인지 가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받는 쪽이 받을 때의 상태를 이렇게 챙기는데 넘기는 쪽에 기록이 없다면, 그 구간의 책임은 기록이 없는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현지 창고에 재고를 넘기는 판매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뉴얼을 넘겨준다고 현지 창고가 판매자 기준대로 확인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해외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쪽과 이야기해 보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작업 방식과 속도가 꽤 다르고, 매뉴얼이나 말로 전하는 지시만으로는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고민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옮기기 전에 볼 것은 기록이 있느냐보다 무엇이 남고 판매자가 그걸 꺼내 볼 수 있느냐입니다. 입고할 때 박스 수량과 외관, 낱개 검수 결과를 어떤 형태로 남기는지, 주문 단위로 출고할 때는 무엇을 남기는지부터 묻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자료를 며칠 안에 받아 볼 수 있는지도 미리 물어 둡니다. 돌아온 반품을 다시 팔지 폐기할지 누가 무엇을 근거로 정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바로 보낸 주문이 반품되면 판매자는 돌려받는 운임과 상품값을 놓고 회수할지를 정합니다. 현지 창고 재고라면 계산이 다릅니다. 그 한 개에는 이미 국제 운송비와 수입 통관 비용이 들어갔고, 품목에 따라 관세도 냈고, 창고에 있는 동안 보관료도 쌓였습니다. 따져야 할 대상이 운임 한 번에서 이미 치른 비용 전체로 커집니다.
반품이 돌아오는 곳도, 상자를 처음 여는 사람도 현지 창고입니다. 다시 팔지 폐기할지도 거기서 정해집니다. 판매자는 그 자리에 없습니다. 폐기한 이유가 포장이 뜯겨서인지 고객이 쓴 흔적 때문인지에 따라, 판매자가 비용을 물을 상대는 고객이 되기도 하고 운송을 맡은 쪽이나 창고가 되기도 합니다. 판정 근거를 판매자가 볼 수 없다면 물을 상대를 정하지 못한 채 그 한 개의 비용을 떠안게 됩니다.
지난 분기 해외 반품부터 나눠 봅니다. 어느 구간의 일로 판정된 건이 몇 건인지, 판정 근거 없이 환불하거나 폐기한 건은 현지 출고와 반품 입고 중 어느 쪽 기록이 비어 있었는지 봅니다. 기록이 자주 비던 쪽이 현지 창고와 먼저 이야기해 볼 부분입니다.

역직구 재고를 현지 창고로 옮길지 따질 때는 보통 배송 기간과 물류비부터 봅니다. 둘 다 견적서에 숫자로 나옵니다. 올해처럼 공공 지원이 여러 갈래로 붙으면 부담이 더 줄기도 합니다. 돌아온 한 건을 누가 무엇을 근거로 판정하는지는 견적서에 없습니다. 미리 물어 두지 않으면 옮긴 뒤에야 드러납니다.
현지 창고가 입고와 출고 때 무엇을 남기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자가 그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는지, 반품을 다시 팔지 폐기할지 누가 무엇을 근거로 정하는지를 확인해 둘 수 있는 때는 창고를 옮기기 전입니다. 옮기고 나면 그 판정은 판매자가 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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